[법제 4월호] 정부의 법제역량제고

정부의 법제역량제고

 

 

 

황상철(법제처 차장)

 

 

 

    법은 정책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령은 헌법을 포함하여 3,900 여건에 이르고 있으며, 2012년도에는 그 법령들의 제정 또는 개정 횟수가 무려 1,920회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많은 법령은 그 하나하나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의도했던 정책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법령이라도 연관성 또는 체계성을 잃거나, 그 합리성과 정당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당초 계획했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법제적인 측면에서의 차질을 막기 위해서는 법제활동의 주체에 대한 다양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일 먼저 추진한 일은 공약의 이행을 위한 입법조치에 대한 검토이었다. 20개 분야 216개 약속으로 구성된 공약의 이행을 위해서는 204개 법률의 제ㆍ개정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140개의 국정과제 추진, 각 부처의 정책과제 및 현안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법률안도 상당한 수가 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법제활동의 주체들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역량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렇게 급증하는 법률안의 처리를 위한 입법환경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 기간을 기준으로 할 때, 정부가 제안하여 국회에 제출한 법률안에 대한 국회에서의 심의기간은 평균 247일이었고, 국회통과율은 68퍼센트로 저조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입법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할 시기가 도래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의원입법으로 제출되는 법안은 17대 국회에서 6,387건, 제18대국회에서 12,220건에 이르고 있으며, 통과법률수에서도 제17대 국회에서 2,938건, 제18대 국회에서 4,890건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국회의원 스스로가 제도개선을 목적으로 많은 정책을 추진한 측면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활동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러한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국회는 1996년 법제실을 법제예산실에서 분리한 후 현재 72인의 인력을 확보하여 국회의원 또는 위원회가 요청한 법률안의 입안 및 검토업무,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에 대한 분석과 평가, 국내외의 법제에 관한 연구 그리고 국회의원의 법제활동에 대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2007년 '국회입법조사처법'에 따라 설치된 국회 입법조사처는 144인의 인력으로 국회의 위원회와 국회의원의 요구에 따른 조사·분석,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입법 및 정책개발활동 지원, 세계적인 입법트렌드, 주요국의 입법동향, 외국의 입법례 등을 조사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는 상임위와도 인력을 교류함으로써 정책연구업무와 법제업무의 공유를 통해 법제역량제고에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정부의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은 어떠한가 살펴보면, 국회와는 달리 매우 어려운 상황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법제처의 법제역량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여 설립되었던 연구기관과 법제처와의 협력체계가 적절하게 유지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의적절한 법제정보 확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법제업무를 구성하는 법령심사, 법령해석, 행정심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추진될 필요가 있으나 일부 업무가 조직상 구분되어 있어 법제업무역량을 제고하는 시너지 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또한 법제인력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기회가 부족하고, 법제담당인력과 정책담당인력의 상호교류가 미흡한 점도 법제업무 추진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법제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법제연구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정기적인 정책협의회를 개최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각종 학술단체와 공동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학계와의 협력관계도 넓혀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법제처의 법제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법제능력제고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종전과 같은 도제식 법제역량제고방식은 한계가 있다. 법제담당인력들이 관심분야에 대한 제도를 선제적으로 이해하고 연구하며 이를 법제적인 측면에서 통합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로스쿨 또는 전문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다른 부처와의 인사교류를 통해 상호간에 현장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법제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법령심사방식의 개선을 통한 법제역량의 제고도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법령심사는 소관부처가 관계부처간의 협의를 완료한 후 심사하는 사후심사가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심사방식은 입안단계에서 법률적 쟁점에 대한 검토미비로 인하여 법제처의 법령심사단계에서 입법이 좌절됨으로써 관련정책이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법제업무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부처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이나 조정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주무부처가 정책을 추진하는 최적의 방식을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대안이나 조정안의 제시는 사전심사를 포함한 사전입법지원방식으로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심사방식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해결하여야 할 많은 사항이 있다. 먼저 사전입법지원방식으로 심사방식을 변경하여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사전입법지원이 필요한 제도나 정책에 대한 충분한 법제정보의 확보와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부문의 법제역량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국회와 함께 정부가 법령을 제정하고 유지하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국회가 법제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한 사항을 잘 살펴보고, 정부도 이에 버금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조직의 신설 등을 떠나서 기존의 법제연구조직과 유기적인 연계를 도모하고, 법제인력의 능력제고를 위한 교육과 인사교류, 법령심사방식의 개선 등을 통한 정부의 법제역량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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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법제처 블로그지기 새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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