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정보/법제논단 2013.03.06 09:58

[법제 2월호] 대한민국 법체계의 발전 방향

대한민국 법체계의 발전 방향

 

- 법체계의 간결화와 융합화를 중심으로 -

 

 

한상우(법제처 법제도선진화담당관)

 

 

 

 

목   차

 

 

Ⅰ. 머리말


Ⅱ. 현행 법체계와 관련 현황 분석

  1. 법체계의 개념·기능과 법규 형식
  2. 법령의 현황과 입법의 추세
  3. 법체계와 관련한 입법환경의 변화
  4. 특별법의 증가 등에 따른 법체계상의 문제


Ⅲ. 법체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1. 법체계에 중점을 둔 법제 리모델링의 추진과 확산
  2. 다양화·전문화·복잡화와 조화되는 법체계 간결성의 유지
  3. 수요자 중심 법체계로의 전환


Ⅳ. 국민 중심의 법체계 간결화
  1. 법령 수 줄이기 등을 위한 법령 통폐합과 분법
  2. 일반법으로의 통폐합 등을 통한 특별법 확산의 방지
  3. 불필요하고 낡은 법령과 규정의 신속한 정비


Ⅴ. 융합 법제의 도입과 활성화
  1. 융합 법제의 개념·범위와 등장 배경
  2. 융합 법제의 적용 가능 분야
  3. 융합 법제와 관련한 외국의 사례
  4. 융합 법제의 활성화와 구축 방향


Ⅵ. 법체계의 개선과 국가경쟁력
  1. 국가경쟁력 평가와 법체계의 문제
  2. 2012년 국가경쟁력 평가와 법제도 부문의 평가 결과
  3. 법제도 부문에 대한 2012년 국가경쟁력 분석 결과 시사점


Ⅶ. 맺는말

 

 

 

 

Ⅰ. 머리말

 

 

   1948년 정부수립 이후 대한민국 법제(法制)는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했고 이제 65주년이 되었다. 현 시점에서 보면, 이제 법제는 우리나라 사회적·경제적 발전의 토대이자 국가 경영의 기본틀이 되었다. 최근 법치주의가 진전되어 가면서 정부의 정책을 실현하고 구체화하는 중요한 방안으로서 법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법제를 단순히 형식적인 관점에서 주요 정책을 담는 수단으로만 보는 것은 법제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된다. 현실적으로 법제가 정책을 법령화하는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를 반영하고 갈등과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정·통합하는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를 법제의 측면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이제 법제는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뒤따라가는 종속적인 수단이 아니라 '창의적인 선진 법제'의 형태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선도하는 성장동력(成長動力)으로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법제의 핵심은 법령인데, 현대국가에서 법령은 무형의 법치 인프라이고 정책의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이러한 법령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법체계'이고, 좋은 법령이 되기 위해서는 반듯하면서도 입법환경의 변화를 잘 반영하는 실효성 있는 법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의 법제와 관련한 모든 부분을 되돌아보면, 법체계의 발전이 없이는 높은 품질의 좋은 법령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가의 주요 정책을 법령에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도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정책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시행 자체가 곤란하게 된다. 
   이는 아무리 좋은 내장재를 사용하더라도 건축물 자체의 설계도와 그에 따른 건물의 골재(骨材) 구조가 제대로 되어 있는 건축물이 아니면 건축물 골격 자체의 안전성과 안전성이 위협을 받게 되고,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인테리어가 뒷받침되어도 건축물이 그 용도에 맞게 진가를 발휘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법제를 구축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법제가 미비된 분야가 많았고,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외국의 법제를 받아들이면서 법령이 양적으로 팽창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법령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 증가하고 복잡성이 가중되면서 체계적 정합성까지 흐트러지는 경우가 생기고, 결국 국민이 법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렵게 되고 법령해석과 쟁송 등의 법적 문제의 발생이 증가하여 법령이 오히려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 법치주의 국가는 지킬 수 있는 좋은 법령과 체계적 정합성에 맞는 간결하고 꼭 필요한 법령을 토대로 하는데, 현행의 법체계가 그러한 단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법령의 수와 부피를 줄이면서 법체계를 간소화 하면서, 복잡하게 얽힌 법령의 구조 자체를 국민과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해 나가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은 선진 법치주의의 정착을 위한 초석(礎石)을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Ⅱ. 현행 법체계와 관련 현황 분석

 

 

1. 법체계의 개념·기능과 법규 형식


   '법체계(法體系)는 일정한 법이념 내지 법원리에 의하여 통일된 법질서(예: 국제법 또는 국내법 체계)를 가리킨다. 근대의 법전은 개개의 법규를 목적적·논리적·편의적으로 배열하여 각 법제도 혹은 법질서를 구성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조직한 것이다. 또한 각 법전은 하나의 국가법 질서를 이루고 이 국가법 질서가 일정한 법이념하에 통일적으로 파악될 때 그것은 국가법 체계라고 일컬어진다. 
   법단계 구조설에 따르면, 입헌주의적 법치국가에서는 헌법을 정점으로 하여 수많은 법령들이 하나의 통일된 체계를 이루고 있다(H. Kelsen). 그런데 그 법령들은 존재형식 즉, 법원(法源)이 다양하고 생성(生成) 시기가 다르며, 각각 그 제정 이유도 다를 뿐만 아니라 각 법령의 입안과 집행을 담당하는 소관 부처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법령 상호간에 상충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이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정돈하여 이론적으로 일관성 있게 체계를 정립함으로써 법률생활을 원활하고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법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으로서 통일된 국가의사를 표현하고 보편타당한 것이 되기 위해서 다수의 법령은 하나의 국법 체계 안에서 상호간에 통일된 체계로서의 질서가 있어야 하며 서로 상충(相衝)이 생겨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법령 상호간에 상충이 있는지 의문스러운 경우에는 이들 규범 간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해석하여 어떤 법령이 우선 적용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입법적으로 처음부터 상충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나라의 법체계에서 조화와 일관성이 유지되게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최고 규범인 헌법 외에,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하여 국회에서 의결하는 법률을 중심으로 하면서 헌법이념과 법률의 입법취지에 따라 법률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그 위임 사항과 집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는 대통령령과 총리령·부령 등 행정상의 입법으로 체계화되어 있다. 또한 헌법상 인정된 자치입법권에 따라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사무 등에 관하여 제정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 자치법규도 전체적인 법체계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헌법에서 법률을 비롯한 각종 법규 형식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입법을 담당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감사원규칙 등과 같이 법률에서 규정한 법규 형식도 존재하며, 상위법령에서 위임한 사항을 정하는 경우에는 훈령·예규 등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위임입법으로서의 법규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법규의 존재형식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2. 법령의 현황과 입법의 추세


   성문법(成文法)이 모든 법률관계를 빠짐없이 규율하기는 어려우므로 관습법·판례와 조리(條理) 등 불문법(不文法)이 보충적인 기능을 하지만, 우리나라 법체계는 기본적으로 성문법 즉, 넓은 의미의 법령인 헌법과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부령, 조례·규칙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령(조례·규칙 등 자치법규 제외)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1980년말에 3,013건이던 것이 1990년 말에는 3,181건, 2000년에는 3,525건을 기록했고, 2013년 2월 현재에는 4,255건으로 33년만에 약 41%나 늘어났고 그 증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현대 행정이 복잡하고 다양화·전문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법령 수의 증가가 법령의 제정·개정 과정에서 법체계 간결화에 중점을 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철저히 적용해 오지 못하고, 또 낡고 불필요한 법령도 제때에 잘 정비하지 않은 데에서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법령 수(數)의 증가는 입법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정부제출 법률안과 법규명령인 대통령령 및 총리령·부령에 대한 법령심사 건수를 보면 약 10년 전인 2002년에 954건이었던 것이 10년만인 2002년에 약 2배인 1,920건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입법수요의 증가와 그로 인한 법령의 증가로 법체계상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제가 정착되어 가면서 자치입법권이 확대되고 있는데,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책의 법제화 수요가 증가하고, 법령에서 조례와 규칙에 위임하는 사항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역별로 각 분야에서의 자치입법이 활성화 되어 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규칙 등 자치법규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법체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2011년 말을 기준으로 조례와 규칙 등 자치법규의 수는 총 79,043건(조례 55,996건, 규칙 23,047건으로, 1992년에 비해 약 50%나 증가하였다.

 


3. 법체계와 관련한 입법환경의 변화


   법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으로서 통일된 국가의사(國家意思)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편타당한 것이어야 하는 이상, 많은 종류의 법령은 통일된 법체계로서의 질서가 있어야 한다. 즉, 다양한 법령 상호간에는 규범의 구조나 내용면에서 서로 상충되거나 모순되어서는 안 된다는 '체계 정당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이는 동일한 법령 내에서는 물론 다른 법령 간에도 그것이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최근에 사회가 다양화·전문화되고 정책의 법제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법령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법체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입법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먼저 최상위 법인 헌법은 1987년 9차 개정(제10호, 1987. 10. 29., 1988. 2. 25. 시행) 후 25년이 지나면서 이제 권력구조와 국민의 기본권 규정은 물론 경제민주화 등의 규정에 이르기까지 법체계 등 형식적 측면과 내용적 측면 모두에서 수정·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률의 경우 그 수(數)가 늘어나면서 다른 법률과의 관련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입법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특정의 대상·지역이나 이해관계 단체 등에 치우친 특별법(이하, 특례법과 특별조치법을 포함한다)이 남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입법 상황으로 법규범 상호간의 충돌과 모순이 생겨 체계 정당성을 침해하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 정부 각 부처 등과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법률안의 입법이 증가하면서 그것이 현행 법령 내지 정부 법안과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반면, 정부 내에서 각 부처·기관과의 충분한 협의와 법제처의 엄격한 법령심사를 거치면서 법체계적 완결도가 비교적 높은 정부제출 법률안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고, 이것이 법체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 정부에서 정부제출 법률안의 국회 통과율이 90%를 상회했으나 이명박정부에서는 69%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FTA(자유무역협정)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FTA 자체가 국내법과의 깊은 연관성을 갖고 국내법 체계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이제 국내 법령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FTA 현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 밖에도, 최근에는 헌법이나 상위법령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법령 등과 모순·저촉되는 조례 등 자치법규로 인해 법체계상 문제가 많이 발생되고 있는데, 이러한 법체계상의 문제를 해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례 등 자치법규상 위법하고 법체계에 맞지 않는 사항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보다 자발적이고 계획적인 정비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아울러 FTA에 따른 조례 등 자치법규의 품질과 투명성·명확성을 높이는 선제적인 작업도 필요한 상황이다.

 

 

4. 특별법의 증가 등에 따른 법체계상의 문제


   특수한 상황의 해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경우, 지역적·분야별 이해관계의 반영을 위한 경우, 법 적용 대상을 특정 사람·사항에 한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국가 정책이나 공익 실현을 위해 조정이 필요한 경우, 일시적인 특별 조치, 행정절차 간소화, 특정범죄 가중처벌, 특정 정책 집행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을 위해 일정한 범위의 사람·지역이나 개별적·구체적인 상황과 사건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적용 시한을 한정하는 특별법이나 일정한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특별법도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법체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특별법의 발의와 제정이 늘어나면서 기존 법률과 모순·저촉되는 사례까지 발생되는 문제 등에 대해 국회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특별법·개별법 남용 사례가 빈번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우윤근)는 2011년 7월 1일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에게 '입법 원칙에 위배되는 특별법 제정 등의 자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 공문에서 ''특별법이나 개별법 형태의 입법을 자제하는 대신 기본법 등 기존 법질서 체계에 편입하는 방향의 입법을 요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특별법 형태로 새로 제정함으로써 기존 법령과 모순되거나 저촉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개별법이나 특별법 형태로 방대한 법규범이 산재함에 따라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특별법의 증가로 인해 지역·대상 간 형평상 문제가 제기되고 국민의 법 이해가 어려워지며 법체계상 혼란이 가중됨으로써 법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고 불신이 초래되는 문제에 대해 이러한 상황이 법치주의의 위기로 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Ⅲ. 법체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1. 법체계에 중점을 둔 법제 리모델링의 추진과 확산


   입법자는 물론이고 입법 실무를 담당하는 입법 전문가조차 입법과정상 관심의 초점은 종합적인 법체계의 문제보다는 추진하려는 정책 내용이 입법에 잘 반영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법체계의 문제는 당장의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 아니고 국가의 법령 시스템과 관련한 전체적인 문제일 뿐이지만, 법령 내용은 입법을 추진하게 된 주요 동기이자 입법자의 직접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현실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법체계는 일상생활에서의 공공재(公共財: 시장 기구를 통하지 않고 공공 부문으로부터 공급되어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누리는 재화)와 마찬가지로 잘 정립되면 좋은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법체계의 개선을 주도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면서 형식상의 선택 문제의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체계가 잘못되거나 체계적 정합성이 미흡하여 법제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입법환경에도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를 유지하게 되면, 정책 내용의 정확하고 신속한 법제화가 어렵게 되고, 법제화 되더라도 그 불완전성과 불명확성 등으로 인하여 법령 유권해석이 필요하거나 쟁송이 제기되는 상황이 발생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법체계의 문제가 단순히 형식상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입법된 법령 내용의 해석·적용과 집행에도 영향을 미치는 실체적인 변수가 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현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 등의 법령이 양산(量産)되면서 법체계적인 혼란과 법제적인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법령이 복잡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하나의 법제도가 여러 법령과 규정에 걸쳐 규정되는 복잡한 법체계하에서는 규제 등과 관련한 법제도의 전모(全貌)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국민의 입장에서는 법령을 쉽게 찾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고, 부처·기관의 입장에서도 법제도의 개선 자체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따라서 단기적인 땜질식 개정으로 인한 법체계적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일괄적으로 해소해 나가는 방식으로 법제의 정비 체계를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우선 분야별로 법령 소관 부처와 관련 부처가 법체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보다 자발적이고 근본적으로 법체계 개선, 즉 법제 리모델링 작업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법제처 등의 전문적인 법제전문기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법체계상 누적된 법적 문제를 일괄정비를 통해 한꺼번에 해결하여 정책의 합법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법제의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기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다양화·전문화·복잡화와 조화되는 법체계 간결성의 유지


   사회경제적 발전이 가속화 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이 심화되고 관련 분야 간 융합이 진전되고 있다. 그에 따라 법령도 융합 법제의 형태로 몇 개의 법령이 묶여져 만들어지고 관련성이 있는 사안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통합 법령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구조가 단순하고 큰 변화가 없었던 종래와는 달리 새로운 행정, 사업(영업), 제품 등이 등장하면서 이제 관련 정책을 담는 법제 자체도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내용상으로도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법령과의 명확한 관계 설정이 없이 병렬적으로 관련 법령이 제정되기도 하고, 상당 수는 특별법의 형태로 다수의 예외적인 법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 되면 법령 간의 복잡성이 가중되어 체계적 정합성이 흐트러지고 법체계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따라서 종전과는 달리 각 분야가 다양화되고 전문화 될수록 그에 상응하여 법체계 간결성에 대한 더욱 치밀하고 정교한 점검이 필요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미리 마련된 기준에 따라 법령을 통합하거나 나누고, 해당 분야의 법제를 특별법보다는 기본법이나 일반법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위임법리에 맞게 규정하면서 법률과 하위법령 간에는 소관 사항의 원칙에 맞게 규정(수직적 체계화)하고, 관련되는 다른 법령과 모순·저촉되지 않도록 조화성을 확보(수평적 체계화) 데에도 특히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법령을 제정한 이후에는 이를 수시로 점검하여 형식상 불필요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이나 규정은 제때에 폐지·삭제하도록 해야 한다. 
   정책의 다양화·전문화·복잡화에 대응하여, 이러한 다양한 방법으로 치밀한 법체계 간결화 조치가 이루어져야만, 정책을 효율적이고 통일적으로 집행하는 도구로서 법제가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3. 수요자 중심 법체계로의 전환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능 중심의 정부조직 체계하에서 그동안 상당 수의 정책과 법령이 부처를 중심으로 입안·결정되고 집행되어 왔다. 이러한 상황은 해당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측면에서 불가피한 점이 있었고 그 나름대로 해당 분야의 발전을 위해 장점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정책과 법령의 입안 과정에서부터 국민 참여가 늘어나고 입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부처 중심의 행정과 정책, 법령 체계로는 이러한 행정환경에 대응하기 어렵게 되었다. 부처 간 칸막이와 부처 할거주의로 인한 문제가 많은 분야일수록 공급자 위주의 법령 체계로 되어 있어 결과적으로 국민의 법령 접근도와 이해도가 떨어지고 법령에 담긴 정책의 효과성과 효율성도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 
   그동안 법령을 소관 부처별로 구분하여 법령주관기관을 정하고 주로 그 법령주관기관의 입장에서 입법이 이루어져 오면서, 법령의 수(數)가 크게 늘어났고 그 결과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법령이나 법령 규정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수립 이후 상당수의 외국 법제를 받아들이는 한편, 경제성장 등에 따라 각 분야에서 많은 법령이 제정되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법령을 계속적으로 만들기만 하고 시대와 상황에 맞지 않는 법령을 폐지하거나 법체계를 개선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에 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아직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회사의 경영과 영업 또는 사업의 수행 과정에서 꼭 필요한 법령정보는 수요자 중심의 법령정보 제공 시스템을 통해서 국민 입장에서 제공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는 법령 자체를 국민과 수요자의 관점에서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앞으로 입법 단계별로 입법 관련 정보공개가 확대될 것이고, 그에 따라 입법과정에서의 국민 참여도 크게 증가하면서 입법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국민과 수요자의 입장에서 법체계를 간결화하고 법령의 품질을 높여 나가는 체계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Ⅳ. 국민 중심의 법체계 간결화

 

 

   그동안 행정환경이 변화되고 그에 따라 정책 수요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법제도가 도입되고 법령의 수(數)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그런데 정책을 입안하고 법제화할 당시의 입법 배경과 목적상 대부분의 법령은 그 나름대로 입법의 정당성을 갖고 있지만 일정 시점이 지난 상황에서 보면, 유사하고 관련된 법령이 산재(散在)하면서 점차적으로 법체계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입법을 할 때조차 법체계적 정합성의 측면에서 치밀하게 정돈이 되지 않은 채 입법이 추진되는 경우도 있게 된다. 
   따라서 법령이 제정된 이후에도 적용 대상자의 입장에서 법령 전체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사후적인 입법평가 등을 통해 법체계상의 문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진단해 보아야 하고, 시대와 상황에 맞는 실효성 있는 법령이 되도록 법령의 내용은 물론 법체계를 개선해 나가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은 법령에서 멀어지게 되고, 결국 법체계상의 문제로 제도개선 자체가 어렵게 되면서, 국민을 위해 만든 법령이 입법 당시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국민을 옭아매는 불합리한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법체계 간결화를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할 부분은 꼭 필요한 법령만을 유지하기 위한 법령 통폐합과 분법 기준의 마련과 그 엄격한 적용이고, 그 작업과 병행하여 지나치게 증가하고 있는 특별법을 일반법으로 통폐합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필요하고 낡은 법령과 규정을 찾아내어 폐지하거나 삭제함으로써 법령의 부피를 줄이는 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

 

 

1. 법령 수 줄이기 등을 위한 법령 통폐합과 분법


(1) 법령 '통폐합' 기준의 마련과 적용의 필요성
   대부분의 정책이 법제화되어 시행되면서 법령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그동안 법령 통폐합 등을 통한 법령 간결화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간헐적으로만 문제가 제기되어 부분적으로 추진되는데 그쳤다. 즉, 법령의 복잡화와 비체계화로 인한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대대적인 법령 통폐합 작업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법령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법령을 통폐합하고 법령 자체를 줄임으로써 복잡한 법체계를 간소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법령 간의 관계를 명확히 하여 체계적 정합성을 높이고, 사문화(死文化)된 규정은 삭제하며, 법령을 새로 제정하거나 규정을 신설할 때에는 유사하거나 관련되는 모든 법령이나 규정을 찾아내서 새로 제정하는 법령이나 신설하는 규정에 포함하여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제적으로 필요하고 법령 체계상 개선이 이루어지는 법령 통폐합이 추진되는 경우에도 소관 부처나 이해관계 단체 등에서는 특수한 사정을 제시하면서 나누어진 법체계의 유지를 희망하고 법체계의 개선 작업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법령 통폐합을 실효성 있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회 및 각 부처 등과 협의하여 법령 통폐합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령 통폐합 기준은 정부와 국회가 이를 공유하여, 입법계획의 수립, 법령 입안, 부처협의, 입법예고, 법령심사 등의 입법과정에서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반영하면서 소관 부처와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법령 통폐합의 추진 자체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법령 '분법' 기준의 마련과 적용의 필요성
   법령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특정 목적이나 업무와 관련하여 기존의 법을 분법(分法)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사회가 복잡화·전문화됨에 따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필요에 따라 법이 분화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점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법령의 분법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서 정부에서는 법령 소관 부처의 판단과 편의에 따라 지나치게 법이 나누어져 분법되는 경향도 있어 왔다. 분법하는 법률의 경우 국회의 심의 과정에서 법체계와 관련한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법률 자체의 제정을 막을 만큼 문제가 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 국회의 상임위원회 중심의 운영 특성상 자구와 체계를 조정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조차 법체계의 문제로 법률 자체의 분법을 막거나 제지하기가 쉽지 않고, 이런 가운데 각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거나 특별한 목적을 위한 특별법까지 증가하면서 법체계가 더욱 복잡해져 가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있는 법의 관련 규정을 보완해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데에도 특정한 대상이나 특별한 행정상의 목적을 이유로 분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오히려 법체계를 복잡하게 하여 국민이 법을 이해하는 데에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법령 통폐합과 마찬가지로, 먼저 법령 분법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입안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적용해야만, 불필요한 분법을 통한 법체계 혼란을 막고 법령 입법의 모든 단계에서 체계적이고 일관된 기준을 근거로 그 필요성을 판단하여 분법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일반법으로의 통폐합 등을 통한 특별법 확산의 방지


(1) 특별법 방식에 대한 선호 인식의 극복
   서구에서 '특별법'이라는 입법 형식은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의 주요 입법 선진국에서도 일반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시간, 장소, 사람 등의 관계에서 특수하고 예외적인 조약(條約)을 이행하는 법률에 대해 특별법 형태를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특례 사항을 규율하려는 경우에도 특별법이라는 별도의 입법형식을 취하여 독립된 법률로 두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외국의 주요 국가에서 원칙적으로든 의도적으로든 독자적인 특별법 형식을 가급적 자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주로 입법 체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입법권자들의 의식적 통제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이례적으로 특별법이나 그러한 형태로 과잉 입법화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특별함을 재차 강조해야 중요성을 인식하는 불안정한 사회정서 탓에 기인한다고 보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일반법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인식하기보다는 '이것은 특별하다'는 것을 유독 재차 강조해야, 의식적으로 그 규범의 중요성을 더욱 인상 깊게 받아들이게 되는 불안정하고 감성적인 사회정서의 탓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주체적인 입법문화를 형성하지 못하고 일본 특례법의 입법례에 의존하면서 일본의 특별법을 많이 참고해 온 부분에 대해서는 입법계의 진지한 자성(自省)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2) 특별법의 일반법(기본법)으로의 통폐합
   특별법이 증가하는 것은 특별법의 입법 자체가 필요 없는 사항인데도 특별법을 제정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입법이 필요한 경우로서 그 내용·형식상은 물론 입법기술적으로 일반법(기본법)에서 예외 사항을 정하는 형식으로 충분히 규정할 수 있는 사항인데도 별도의 특별법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특별법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사한 분야와 내용끼리 특별법을 통폐합하거나 그에 해당하는 일반법(기본법)에 흡수·통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특별법의 양산(量産)과 특별법 형식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 필요성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새로운 입법수요가 발생한 경우에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일반법(기본법)을 찾아서 개정하고 필요한 사항을 반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별도의 특별법으로 제정하는 경우에도 기존 관련 법률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여 법령을 해석·적용할 때에 모순·충돌되거나 불분명한 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특별법으로 제정하려는 사항과 관련된 일반법(기본법)을 찾을 수 없다면, 그 법은 특별법이 아니므로 제명상 특별법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에는 다른 관련 개별법을 찾아서 통폐합이 가능한지를 검토해 보아야 하고, 그 결과 별도의 개별 법률을 제정하기로 하는 경우에도 관련되는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3) 특별법 제정·정비 기준의 마련과 철저한 적용
   특별법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형식상 기준(법제명이나 다른 법률과의 관계 명확화 등)과 법체계상 기준(개별법으로의 흡수·통합 등) 등을 중심으로 법률을 제정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제정 기준과 이미 제정된 법률을 정비하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별법 규정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된 사례가 다수라는 점을 고려하여, 범죄와 형벌 간의 비례 관계가 맞지 않는 벌칙 규정의 정비 등을 포함한 특별법상의 위헌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하고, 특별법의 제정 목적을 달성했거나 그 존치의 이유가 상실된 특별법은 바로 정비해야 한다. 
   분야별로 보면 민사 분야의 경우 '민법', '민사소송법',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등 민사기본법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특별법과 친하지 않는 법 영역이므로 다른 분야에 비해 특별법의 제정을 더욱 자제해야 한다. 특히 기본 법질서에 순응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구제조치적 성격의 특별법은 고의적인 법 위반 사례를 증가시키고 이를 악용하는 문제까지 발생하므로 민사기본법에 가급적 특례 조항을 두거나 민사기본법으로 그 특례 조항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형법'과 형사특별법의 관계도 재정립될 필요가 있는데, 형사특별법의 정비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등에서 많은 연구를 해 두고 있으므로 그 연구 결과를 참고해서 정비 필요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특별법의 문제는 정부나 국회 어느 한 쪽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특별법의 폐해 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가운데, 함께 협력하면서 특별법 제정·정비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함으로써 특별법의 양산을 방지하는 등 불합리하고 혼란스러운 특별법을 정비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해야 할 상황이다.

 

 

3. 불필요하고 낡은 법령과 규정의 신속한 정비


   대한민국은 2010년 11월에 서울에서 의장국으로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이후 글로벌 규칙을 제정하는 일에도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으로 바뀔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되고 있고 우리나라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창출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그 만큼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질 것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법제가 선진화되지 못하고 심지어 낡고 현실에 맞지 않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우리의 국격 향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2011년에는 법제처에서 오랫동안 개정되지 않은 법령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거나 타당성이 없는 법령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과거 5년간 개정이 없었던 법령에 대한 전수(全數) 조사(2011. 2. ∼ 5.)를 실시하여 법제처에서 해당 법령의 현실 타당성과 법적 실효성에 대한 검토와 분석(2011. 5. ∼ 7.)을 거친 후, 소관 부처와 협의를 거쳐 합의된 총 45건의 법령에 대해 국무회의에 보고(2011. 12. 6.)하고 폐지를 추진해서 2012년 6월까지 모두 정비를 완료한 바가 있다. 
   이와 같이 법제처에서 낡은 형식에 중점을 두고 전수 조사를 거쳐 추진한 법령 정비 작업은 기준을 설정하여 시범적으로 추진한 것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법령 소관 부처에서 이러한 기준 등을 참고하면서 불필요하고 낡은 법령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서 제때에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법체계상 바람직한 방향으로 법령의 부피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Ⅴ. 융합 법제의 도입과 활성화

 

 

1. 융합 법제의 개념·범위와 등장 배경


(1) 융합 법제의 개념과 범위
   '융합(融合, convergence)'이란 둘 이상의 것을 서로 섞거나 조화시켜 하나로 합치는 것을 말하는데, 이제 법제(法制) 부문에서도 국민 맞춤형 행복시대를 맞이하여 국민을 중심으로 법령을 재조합하여 법령 간에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필요하면 그러한 방향으로 법령을 통합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통해 법체계를 재편하는 작업, 즉 '융합 법제(convergence legislation)로의 전환'을 고려해 볼 때가 되었다.
   '융합 법제'가 입법학적으로나 법제 실무상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지만, 대체로 관련되거나 유사한 법령·규정을 하나로 묶고 조화시켜 중복은 제거하고 연계성은 강화시켜 체계적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하되, 부처나 기관 등과 같은 공급자가 아니라 국민과 수요자 내지 규율 대상자의 입장에서의 정책을 중심으로 법규를 제정·개정한 결과물로서의 법·제도와 체제라고 정의해 볼 수 있다. 
   얼핏 여러 법규를 하나로 묶는 것에 중점을 두고 융합 법제를 보게 되면, 법령이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융합 법제로의 전환은 법령 통폐합과 낡고 불필요한 법령의 정비 등을 내용으로 하는 법체계 간결화를 토대로 추진되는 것을 전제로 하면 융합 법제로 바뀐다고 해서 법령이 더 어려워지거나 복잡하게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만약 법령의 융합으로 인하여 법령이 종전보다 더 난해(難解)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된다면 이는 당초에 의도한 바의 융합 법제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융합 법제가 규율 대상자 등의 입장에서 편의와 이해를 고려하면서 체계적으로 묶여진 법령을 주로 의미하지만, 융합 행정 등 융합 현상이 발생되면서 그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그 융합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도 융합 법제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또한, 융합 신산업과 관련한 산업융합을 촉진하기 위한 '산업융합촉진법'과 같이 융합 신제품의 개발 등을 지원하거나 조장하는 법령도 넓은 의미에서 융합 법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현행 법제에 대한 법체계적인 연구·분석을 심화시키는 과정에서 융합 법제의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2) 융합 법제의 등장 배경
   융합 법제는 사회 각 분야에서 융합 현상이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법제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입법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법체계가 복잡해지는 반면, 국민의 입법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증가하면서 국민과 수요자 중심의 법제 개선 요구가 커지면서 융합 법제라는 개념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아울러 법제도의 개선 측면에서 복잡하게 얽힌 법령 간의 체계를 정돈하고 법령의 수와 부피를 줄여 제도개선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하여, 규제 등과 관련하여 산재되어 규정되어 있는 법제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법령 간 융합을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게 되었다. 
   2013년 2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는 국민을 위한 맞춤행복을 지향하면서 정부 3.0 시대를 열어가려고 하고 있다. 정부 3.0 시대에서는 투명하고 유능하며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첫째 '투명한 정부'로서, 가능한 최대한 범위에서 정부의 운영과 관련된 정보를 전면적으로 공개하여 신뢰정부를 구현하고, 둘째, '유능한 정부'로서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하고 정부의 통합 의사소통 시스템의 구축 등을 통한 원활한 협업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생활 편의성을 높여 국가 정책 역량도 높인다는 것이며, 셋째, '서비스 정부'로서, 정보의 통합 관리를 통해 행정 서비스가 국민을 찾아가는 서비스로 변화하도록 하고,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전망하고 그에 맞게 중장기 발전 전략을 세움으로써 맞춤형 서비스 정부를 구현하고 국가미래전략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새 정부는 '공개', '공유', '소통', '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 가치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정과제와 각 부처의 주요 정책을 담는 그릇인 법령에서의 새로운 융합화 체계를 마련하여 정부 3.0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2. 융합 법제의 적용 가능 분야


(1) 융합 현상에 대한 법적 뒷받침이 필요한 부문
   21세기 세계경제가 융합(convergence)의 시대로 급격히 전환함에 따라 이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융합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고, 경제 분야에서의 융합은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적인 보고(寶庫)로 인식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융합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법제적 뒷받침이 필요한 분야가 많은데, 행정과 제품 분야에서의 융합이 대표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행정과 제품 분야에서의 융합과 법제적 지원 사례를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행정'에서의 융합은 행정 각 기관의 인재, 설비, 노하우 등 조직에 필요한 자원을 다른 기관과 공동으로 활용할 경우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데에서 출발하고 있다. 융합 행정이 등장하면서 다수 기관의 기능 연계를 통해 정보 공유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고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융합 행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융합 법제가 요구되고 있다. 
   한편, 산업계는 '제품'에서의 융합이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기업 제품 중 70%가 넘는 제품이 융합 제품인데도 그동안 칸막이식으로 구획된 산업의 틀 속에서 만든 법령을 근거로 융합 제품의 인증 등을 위해 많은 별도의 개별 법률에 따른 여러 부처·기관의 인증 등을 받아야 했고, 신제품에 맞는 기준을 신속하게 마련하는 것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부처·기관과 관련한 새로운 제품의 출시나 창의적인 융합 신제품의 개발 지원이 어려웠고, 그 결과 융합 신제품의 종류에 따라서는 개별 입법의 추진이 산발적으로 시도되기도 했다. 따라서 창의력과 창조적 상상력이 결합된 새로운 융합 신제품의 원활한 제조, 판매, 유통 등을 위해서는 선도적이고 지속적인 융합 법제적 뒷받침이 요구되고 있다.


 

(2) 국민 입장에서 이해가 어렵게 부처별로 나누어 규율되고 있는 부문
   하나의 대상에 대해 소관 부처별로, 심지어 하나의 부처 내 부서별로 별도의 법령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규율 대상자인 국민이 법을 이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관련 법제도를 개선할 때에도 관련 부분에 대한 연계가 부족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심지어는 법이 복잡하여 법원에서조차 판결상 오류를 범하는 경우까지 발생되고 있는데, 이런 분야에서는 관련 법을 통합하여 체계적으로 재 구성하는 방향으로 융합 법제를 고려해 볼만하다. 
   예를 들어, 성폭력과 관련된 법규 내용은 '형법'과 특별형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군형법') 등에 과도하게 산재(散在)되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관계 법규를 찾는 것은 물론,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법체계가 복잡하다보니, 2010년 1월 이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경우 법원에서 규정을 잘못 적용한 채로 판결이 확정된 판결 오류만도 53건에 이른다고 한다. 
   성폭력 법령의 소관 부처에서는 범죄 문제의 심각성 등을 사유로 별도의 법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주장하기도 하나, 융합 법제의 원리를 이 분야에도 적용하여 기본적으로 처벌 규정은 '형법'으로 흡수하고, 성폭력 관련 특례 규정들은 하나의 특별법으로 이를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만하다. 이것은 성폭력과 관련한 부처별 사무의 소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특례에 대한 특례까지 양산된 성범죄 관련 법률 전체를 리모델링하여 국민의 관점에서 체계를 일원화하고 그에 따라 법 적용에서의 혼선을 줄이자는 것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3) 국민의 안전·건강 등의 현실 상황을 고려한 부처 간 업무 조정이 필요한 부문
   각 부처가 그 소관 사무의 하나로서 특정한 부문을 관리하기 위하여 법령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경우, 관련 법령 규정들이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개별적인 현장 상황이나 관련 부처의 사무와 법령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그 법령이 입법화되어 종종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그런데 각 부처가 소관 사무에만 중점을 두고 어떤 사안을 보게 되는 경우, 그 관리의 대상과 관련하여 그 부처의 관점에서 소관 법령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일률적인 기준이나 절차 등을 마련해서 시행하게 되면 일단 요구되는 법령상의 조치를 완료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령이 집행되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거나 국민의 안전이나 건강 등의 관점에서 개별 규정의 적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융합 법제적 시각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 본다면, 그 기준이나 절차 관련 규정을 조정하거나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고, 때로는 다른 부처 소관의 법령을 개정해야 할 경우도 발생하게 될 것이다. ‘융합 법제를 고려한 입법’이란 법령의 입안 초기 단계부터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여 해당 법령의 현실적인 적용 관계를 면밀히 점검해 보고 관련 법령의 조정까지 충분히 판단하면서 만들어진 입법을 말하는 것이다. 


   여러 부처와 관련한 다음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해 볼 수 있다. 
   먼저 2010년 8월에 서울 도심 행당동에서 주행하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의 폭발 사고로 수십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사례이다. 이 사고는 결국 시내버스에 장착된 가스용기의 안전관리 부실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가스용기는 장착할 때에 한 차례만 정밀검사를 받고 정기검사 때에는 가스용기를 부착한 채로 검사를 받으면 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부처별 관점에서 만든 종전 법령을 보면, 고압가스 안전관리법령을 주관하는 지식경제부와 자동차관리법령을 주관하는 국토해양부 간에 책임 관계가 불명확한 점이 있었다. 다시 말하면, 지식경제부 소관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령에서는 가스용기 자체의 안전성과 관련한 기준 등의 규정만 두고 있고, 국토해양부 소관의 자동차관리법령에서는 자동차 검사 때에 가스용기를 포함하여 검사를 받도록 하는 규정만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부처가 소관 법령을 입안할 때에 규율 대상인 가스용기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하여 관련 부처와 관계 법령을 고려한 융합 법제의 관점에서 법령이 입법이 되었다면, 가스용기가 버스 등에 장착될 경우에는 그것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면서 손상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에 착안하여 시민의 입장에서 더욱 안전하게 관리되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 경우는 정부 내에서 사후적으로 안전관리 담당 기관을 지식경제부와 한국가스안전공사에서 국토해양부와 교통안전공단으로 일원화하고 3년마다 정기적으로 가스용기를 버스에서 분리하여 검사를 받는 내용으로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안전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법령 입법의 초기 단계부터 국민의 입장에서 가스용기 현장에서의 위험성을 판단하고 관계 부처와의 충분한 조율을 바탕으로 한 융합 법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는 2012년 9월에 경상북도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불화수소산) 유출 사고의 사례이다. 이 사고는 관련 화학물질의 근거법이 다수 기관[환경부('유해화학물질 관리법'), 지식경제부('고압가스 안전관리법'), 고용노동부('산업안전보건법'), 소방방재청('위험물안전관리법') 등]의 소관으로 흩어져 운영되는 상황에서, 유출 사고가 발생했으나, 법령상의 중첩과 불명확성으로 책임 문제와 관련한 관련 부처 간 논란이 제기되어 신속하고 원활한 사후 대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규율 대상과 관련하여 여러 부처와 그 소관 업무상 각 개별법이 관련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사고 등과 같은 특정 사안이 발생한 경우 그러한 사고 등을 수습하기 위한 통합적인 문제 해결 체계를 구축하고 각 관련 개별법 간의 적용관계도 보다 명확하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융합 법제가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4) 법령 간 연계와 관련성이 명확하도록 법령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 부문 
   법령 내용의 전문성이 커지고 법체계의 복잡성이 가중되면서 유사 법령 간의 연계와 관련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초기의 입법 단계에서 법체계상·법해석상 문제의 소지를 충분히 예상하면서 입법을 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생활이나 기업활동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부문에서 역시 융합 법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1월에 자살하겠다는 아버지의 위치정보를 추적해 달라는 딸의 요구를 경찰과 소방서가 모두 거절하여 결국 아버지가 자살하여 사망한 사건에서 해당 경찰과 소방서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의 해석을 잘못하여 구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위 두 법률의 규정을 알아보기 쉽게 정비했다면 해당 공무원들이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법조문을 쉽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즉, 딸이 아버지의 자살시도를 막기 위해 119 전화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요청했으나 관련 법률(소방방재청 소관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자살시도가 그 요건에 포함되는지 애매함, 종전 정보통신부: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명확)의 요건 불명확과 두 법률 간의 연계 규정 부족으로 인한 법 이해 부족으로 두 법률을 잘못 해석하여 위치추적을 거절함으로써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한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는 두 법률을 통합할 수는 없지만 입법을 할 때에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여 꼭 필요한 경우에는 두 법률 간의 관계를 세심하게 검토하여 연계(연결) 고리를 만들거나 우선 적용 내지 병행 적용 관계 등을 분명히 규정하여 법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융합 법제와 관련한 외국의 사례


   주요 국가에서 융합 법제와 관련하여 전반적인 분야에서 체계적인 정비를 시도한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융합 법제의 취지와 같은 방향으로 정비를 추진한 사례는 일부 찾아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2003년부터 '선도적 관료주의 철폐' 프로그램에서 시행된 법령정비 과제를 통해 시의성을 상실한 법령, 복잡한 법령, 체계성을 상실하거나 모호해진 법령 등에 대한 정비를 착수한 바가 있다. 그 과정에서 법령의 유형과 상태, 법령 간의 관계, 수범자의 법령준수 현황, 법령 집행자의 집행의 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법령을 정비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에 의해 제정되고 시행되었던 점령지법이 2007년 정비되어 76건의 법률과 125건의 명령을 폐지하였다. 
   일본의 경우 법무성에서 2001년부터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법제의 정비를 시작한 이후 2009년 말까지 기본법제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총무성은 미디어 융합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통신과 방송을 포괄하는 법체계 정비를 통해 법률을 통폐합하는 방안으로 2010년에 법률을 개정하였다. 또한, 종래 규제 대상이 아니던 새로운 금융상품 등장에 따라 증권거래법, 금융선물거래법, 상품펀드법, 투자자문업법, 투자신탁법의 5개 법률을 통합하여 금융상품거래법을 제정했는데, 이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으로 기능별 그리고 횡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체계 정합성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법령의 중복 규정으로 인한 문제를 'Zip(zero in process) 프로그램'의 도입으로 해결해 왔다. 싱가포르 수상실 산하의 21세기 행정서비스위원회는 zip 프로그램으로 중복규제나 복잡한 문제들을 기능적으로 찾아내어 해결하려고 했는데, 담당 기관의 다기화로 인해 수요자들이 겪는 불편을 프로그램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이 가장 국민에게 합리적인가를 고려하여 다양한 사안을 책임질 지휘 책임기관을 선정하였다. 소음에 대한 규제를 경찰청, 육로교통국, 환경부 세 기관이 중복 수행함으로 인한 혼란을 zip 프로그램 도입 이후 소음공해와 관련된 모든 문제는 환경부에서 다루게 함으로써 혼란과 불편을 완화한 바가 있다. 
   영국은 중복규제로 인한 불편을 줄이고 사업자들의 편의를 확보하기 위해 각 부처에 산재되어 있는 법령을 단일화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법령 단일화를 통해 영국은 과거 여러 정부 기구에서 행하던 다양하고 중복적인 내용과 감독 기능을 일원화하여 법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수범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대표적 예로써 정부 5개 부처, 9개 감독기관에 산재되어 있는 10여 종의 안전보건 관계법을 일원화하여 사업장보건안전법을 제정했으며, 이 법 체제하에 보건안전청을 설립함으로써 작업장 안전을 단일 법령 내에서 규제하였다.

 

 

4. 융합 법제의 활성화와 구축 방향


   IT와 생명공학 등 산업기술과 의·공학 등의 분야에서 융합화가 진행됨에 따라 법제와 법제도도 융합 현상을 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종래의 소관 부처별로 관장하는 법령 제도를 뛰어넘는 법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화되고 다원화된 국민의 수준에 법령이 따라가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조직법령상 기본적인 부처별 소관 법령의 원칙을 존중하되 업무 영역이 중복되는 부분은 국민과 기업 그리고 입법수요자 입장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입법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융합 법제의 구축은 법체계의 기본틀을 바꾸는 작업이자 법제의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꾸는 것으로서 그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추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법체계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가면서, 우선 가능한 범위에서부터 법제의 기본틀을 간결화하고 융합화시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융합 법제의 분야는 입법학적으로 아직 충분한 연구가 되어 있지 않는 분야이므로 법제·정책 전문가와 관련 학계 등에서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연구와 검토를 거쳐 융합 법제와 관련한 입법의 형태와 기술 등을 개발하면서 그 적용 범위를 점차적으로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Ⅵ. 법체계의 개선과 국가경쟁력

 

 

1. 국가경쟁력 평가와 법체계의 문제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는 국가신용도와 국가브랜드 평가 등과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각 평가에서 기본적인 자료로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제도개선을 위한 국가의 지향점을 찾아내도록 하는 기초 자료로서 그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는 법제도 부문의 평가 결과에 대해 분석해 보고 시사점을 도출해 보는 것은, 현행 법제도의 개선 방향과 국가경쟁력에의 기여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법제도 부문에서 특히 법체계 문제가 중요한 것은, 현재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 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과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국가경쟁력 분석이,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 부문에 대한 평가가 자국의 다양한 CEO가 자국의 법제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는 가에 따라 크게 달려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으로 CEO들이 법제를 평가할 때에 법령의 실체적인 품질도 중요하지만, 법제와 관련된 평가에서는 흔히 법체계상의 복잡성과 이해 용이성 등이 설문상 판단에서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비교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2. 2012년 국가경쟁력 평가와 법제도 부문의 평가 결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의 2012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기업 입장에서 분석하는 측면이 강한 IMD는 2012년 5월 31일에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총 59개국 중 2011년과 같은 22위를 기록했다. 또한 경제성장론적 입장에서 분석하는 측면이 강한 WEF는 2012년 9월 5일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총 144개국 중 2011년보다 다섯 단계가 높아진 19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2012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 중 법제도 부문의 평가 요소와 순위를 보면, 법제도 부문의 요소는 정부효율성 부문(22위 → 25위)이 주가 되고, 정부효율성 부문 중 법제도 부문의 순위와 관련된 중분류 단위로는 ① 제도적 여건(23위 → 23위), ② 기업 관련 법규(44위 → 42위) 부문의 순위 등이 우리 법제도 부문의 순위와 관련된다. 
   그 '① 제도적 여건'의 평가지표 중에서는 '정부효율성(state efficiency)' 부분이, '정부효율성' 부분의 6개 소분류 단위에서는, '법률 및 규제 여건(Legal and regulatory framework)'과 '투명성(Transparency)'이 주로 법제도 부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② 기업 관련 법규'의 평가지표 중에서는 '개방성(Openness)', '경쟁과 규제(Competition & regulation)', '노동 규제(Labor regulation)' 부분이 법제도 부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MD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제도적 여건의 정부효율성 부문에서 '법률 및 규제 여건'에 중점을 두면 48위 정도라고 할 것이고, '기업 관련 법규'에 중점을 두면 42위 정도인데, 결론적으로, 법제도 부문의 전반적인 경쟁력은 약 40위권으로, 전체 순위 22위에 비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2012년 WEF 국가경쟁력 평가 중 법제도 부문의 평가 요소와 순위를 보면, 법제도 부문과 관련된 분야는 중간 부문 중 '제도적 요인' 부분이다. 이 제도적 요인의 순위는 2011년 65위에서 2012년 62위로 상승했으나, 전체 순위인 19위에 비해 여전히 낮다. 
   특히, 제도적 요인과 관련한 세부 항목 중 법제도와 관련이 높은 부문들[정부규제부담(114위), 법체계의 효율성(논쟁해결 측면 80위, 규제개선 측면 96위), 경영성과 향상을 위한 정부서비스 46위 등: 모두 설문지표임]의 순위는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WEF 평가 결과를 토대로 볼 때, 결론적으로, 법제도 부문의 경쟁력은 전체로 보면 62위, 제도적 요인 중 규제개선 등의 법체계 효율성 부문은 80~90위권으로, 그 순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MD와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객관성이 떨어지는 설문조사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있다. 즉, IMD 평가는 329개의 소분류 평가단위 중 115개가 설문(약 35%)으로 구성되어 있고, WEF 평가는 111개 세부항목 중 80개가 설문(약 72%)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설문조사 지표의 응답대상이 주로 기업의 관리자층이어서, 자국 기업의 입장에서 본 주관적 요소가 국가경쟁력 평가에 상당히 반영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업인들의 불만지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그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에 의한 국가경쟁력 평가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2012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해 볼 수 있다.
   먼저 우리의 발전된 법제에 대한 인지와 공감대·인식 확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국 법제도를 자국의 CEO가 중심이 되어 평가하는 사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체제하에서는 좋은 법제의 마련과 다양한 법제도 개선 노력에 대한 홍보와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며 국민과 기업 중심의 법체계로 전환하는 문제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Ⅶ. 맺는말

 

 

   국민의 관점에서 법체계를 간결하게 하고 융합 법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대한민국 법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법체계가 단순히 형식적인 것으로서 그 개선 여부는 선택적인 것이 아니라 좋은 법령을 만들고 더 나아가 법치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는 선진 법제의 기본틀로서 필수적인 것이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이 필요하다. 
   물론 법제처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http://oneclick.law.go.kr, 수요자 중심의 법령정보 제공 시스템)와 같이 이미 만들어진 법령을 재구성하고 정리하여 공급자 중심의 현행 법제를 국민생활과 기업활동 중심으로 분류하여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법령은 만들 때부터 국민과 수요자 중심으로 간결화하고 국민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아울러, 새로운 입법환경의 변화와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이해하면서 '융합 법제'의 도입을 활성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의 안전 확보와 건강 보호 등 분야의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령과 국민의 경제생활과 관련되는 각종 영업과 사업 등 분야의 경제·기업 활동 관련 법령부터 국민과 기업을 중심으로 법령을 통합하거나 법령 규정 간의 연계 조정이 필요한 부분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발굴하여 법체계를 재구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법체계 간결화와 융합화와 관련해서는 입법학 자체가 학문적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학 차원에서도 아직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영역으로 보이고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이런 가운데 융합 법제를 위한 법체계의 기본틀과 그 구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처 관련 법령의 융합을 위한 법제적 차원의 심도 있는 검토와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실무적으로는 이러한 융합 법제의 연구와 입법추진을 뒷받침하는 입법적인 지원 체제를 마련해 나가는 일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o 김정해, '산업안전분야에서의 중복규제 해소방안',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15권 제1호, 2004
o 박영도, '입법학 입문', 한국법제연구원, 2008. 9.
o 조민행, '중복규제의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법제처 최종보고서, 2008, 12.
o (사)한국입법정책학회, '법제도 선진화를 위한 법령 통폐합과 분법의 기준에 관한 연구(- 국토해양부 소관사항 법령을 중심으로 -)', 법제처 최종보고서, 2011. 8.
(사)한국입법학회, '대한민국 법제 발전을 위한 전략과 방안연구(- 입법환경 변화에 따른 법제적 관점에서의 대응과 과제 -)', 법제처 최종보고서, 2012. 10.
o (사)한국입법정책학회, '행정특별법의 현황, 문제점과 개선방안', 법제처 최종보고서, 2012. 10.
o (사)한국기업법무협회, 'FTA 시대의 도래에 따른 국내 법령과 자치법규 선진화·정비 방안 연구', 법제처 최종보고서, 2012. 10.
o 박영도, '특별법 입법체계 개선방안', 한국법제연구원, 2012. 10. 31.
o 법제처, '법령 입안·심사 기준', 2012. 12.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법제처 블로그지기 새령이
더 많은 관련글 보기
이 글에 대한 의견을 남겨 주세요.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