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담론을 넘어 이민사회 대비를(4월호)

다문화 담론을 넘어 이민사회 대비를 (4월호)

김혜순(계명대학교 교수)

 

귀화한 결혼이민여성이 이번 4월 총선에서 당선안정권의 비례대표로 추천되었다. 국내 거주 외국인 및 결혼이민여성의 대표성과 소수자 배려를 감안했다고 한다. 2008년 총선에서도 결혼이민여성이 비례대표로 추천되었으나 당선된 것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비례대표 1번을 배정받았던 경기도 의원이 처음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대중적으로 주목된 지 10여년만이니 괄목할 만한 배려와 진출이다. 유엔기구가 단일민족·혈통주의 전통을 적시하면서 권고와 우려를 표했던 것이 2007년이었음을 감안하면 국제사회에서 인정과 칭송을 받을 만한 발전이라 하겠다.


정치권의 유화적·온정적 입장은 여야 구분이 없었다. 언론, 정책, 대부분의 학술활동 또한 모두 결혼이민여성과 다문화가족 중심의 다문화는 적응지원과 복지혜택이고 따뜻한 관심이다. 이들 대상의 범죄가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마다 다문화정책의 복지와 구제 서비스는 강화되어왔다. 불쌍하고, 우리에게 도움 되니 잘해주자는 감성적 접근이 확장되는 지점이었다. 지금껏 간과되기 일쑤였던 정책 수요조사가 결혼이민여성 대상으로는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되었고, 외국인 외모의 참석자가 없으면 다문화행사가 아니고, 거주외국인의 증가는 다문화사회로 등치되었다. 국가 의례와 담화, 교과서에 빈번히 등장하던 단일민족·혈통주의의 폐기도 선언되었다.

국내에 다문화열풍을 넘어 다문화광풍이 휩쓸고 있다는 학계의 지적은 이렇듯 정치권과 관-민-언-학-산에 걸친 정치적·뉴스적·정책적·복지사업적 상품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다.

열풍은 냉정이나 주변화만큼 위험하다. 유사 중복사업에 예산과 지원이 쏟아지는데 따르는 다문화 피로, 결혼이민여성과 유사한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원주민 여성과 가족의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 그리고 그에 따르는 국민으로서 정체성의 회의, 결혼이민여성의 정부지원 의존과 시혜의 당연시화 등, 양측 모두에 반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관련 범죄와 사고가 발생할 때 극대화된다. 한국 남편의 폭력 피해자-가족-정부인사에 머리를 조아리는 행정·입법 수반의 국가가부장 노릇과 이후 건네지는 선심성 정책 보따리...공권력에 의한 피해에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아보지 못한 국민으로서 피해자에 대한 연민보다 정부의 외교적·경제적 패착에 대한 좌절과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선진 이민국에서 수십·수백 년의 정치적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서도 불가능했던 이민복지정책이 한국에서 시행되는 것을 발견한 해외 전문가의 반응은 다양하다. 국내에선 정치권과 정책 결정 층의 의도대로 따뜻한 관심과 온정이 충만한 다문화이지만, 해외 전문가와의 소통에는 multiculture가 아닌 damunhwa(Korean multiculture)를 사용해야 한다. 외국국적 배우자 초청과 이민배경을 가진 성원으로 구성된 이민자가족은 유럽과 북미, 호주 등 이민 역사가 긴 선진 이민국은 물론 한국, 대만, 일본 등의 신흥이민국에도 있다. 하지만, 결혼이민을 별도의 법적, 정책 실체로 설정한 곳은 한국과 대만이, 다문화가족은 한국이 유일하다는 사실과 이들 대상의 다문화열풍은 국제이주와 이민에 대한 논의의 장에서 한국의 성취와 진행을 부각시키는데 일종의 장애물로 작용한다. 


개념과 용어는 현상을 조망하는 지점의 좌표를 구성한다. 조망 그 자체는 어느 지점에서도 가능하지만 어떻게, 무엇을 보느냐 또한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국내의 다문화는 용어로서 효용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개념이다.

첫째, 실체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다문화열풍으로 인해 다른 외모의 농촌 거주 결혼이민여성, 결혼이민여성 전반, 국제결혼여성, 외국인, 다인종, 다민족, 다국적, 다문화주의, 다문화사회, 문화적 다원주의, 문화다양성, 국제이해 등등, 문맥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하고도 느슨하게 적용범위가 확장되어왔다.

둘째, 다문화열풍으로 형성된 특정의 정책편향과 고착된 이해관계 때문에 현상의 직시와 당면할 변화에 대한 인식이 억제되거나 도치되어왔기 때문이다. 그 위력은 언론과 사업현장 뿐 아니라 정책결정과정, 학술활동을 망라한다. 특히 관가에서 이민은 일종의 금칙어였다. 이민을 인정하고 수용하는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도 있겠고, 특정 부처의 이해관계를 반영한다는 의심과 경계심도 빈번하게 표출되었다. 따라서 결혼이민여성은 이민자가 아니라 외국인 신부이고 며느리로 설정된다. 달리 결혼하기 어려운 한국남성의 성혼 가능성을 제공하는 여성, 가족을 이루고 다음 세대 한국인을 낳을 여성이며, 따라서 여성과 가족 영역으로 구획되어왔다.


이제 다문화 담론을 넘어 이민사회를 대비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국제사회와 관련 해외문헌에서 한국은 신흥이민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UN은 90일 이상 체류자는 단기 이민자, 1년 이상일 경우 장기 이민자로 분류한다. 결혼이민자, 외국인근로자, 유학생 및 전문 인력, 외국국적의 재외동포 등의 체류자격, 귀화여부, 불법·합법 체류여부와 상관없이 3개월 이상 체류자는 모두 이민자라는 것이다. 즉,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란 이민자의 증가이며, 이민사회의 대두를 뜻한다. 이들이 2011년 총 126.5만 명으로 주민등록인구의 2.5%라는 행안부의 통계는 90일 이상 거주외국인 대상이다. 이민자 통계를 집계해 온 것이다. 국내에 노인문제가 처음 사회화되던 1980년대에 65세 이상이 노인이라는 UN의 정의는 논쟁의 대상이었고, 경로효친을 소홀히 하는 가족과 여성문제의 일환으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 초유의 초고속 노령화가 진행되는 사회로 부상했음을 음미해야 할 지점이다.

둘째, 이민자의 숫자와 역사라는 양적 수치, 대중담론만으로 이민사회 대비의 완급을  조정하기에는 한국이 직면한 이민현실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다문화열풍은 결혼이민자 대상의 입국심사와 관리가 선진국 대비 매우 느슨한 것, 입국 후 국가적 정착지원 프로그램이 선진국 이상인 것, 여기서 창궐하게 되는 불법이민 통로로의 활용과 이민브로커 난립과 같은 전형적 이민범죄의 단속 또한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것을 포괄한다. 또한 선진 이민사회의 갈등은 이민 1세보다 이후세대 등장과 함께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이민역사 대비 결혼이민자의 비율이 16.7%로 매우 높으며 이들의 한국인 남편과의 자녀와 출신국에서 남편과의 자녀인 중도입국자녀를 합해 이민배경을 가진 미성년자는 11.9%에 이른다. 43.7%를 차지하는 외국인노동자는 단기 순환제에 가족초청 불허이고 이민역사  10여년인데 비해 1.5세와 2세의 등장시기와 규모가 괄목할 수준이다. 출신국별 이민자 분포 또한 관심을 요한다. 전문 인력을 제외한 이민자는 일반적으로 후진국 출신인데 국내 이민자의 61.7%는 중국계라는 사실, 국적과 동포라는 정체성이 타협되어야 하는 한국계 중국인이 전체의 38.6% 또는 전체 중국인의 70.0%라는 사실 등, 후진국 출신에 대한 차별이 두드러진 국내에서 이들이 출생 한국인과 겪을 긴장과 갈등 또한 한국 특수적인 이민현실이다. 

국내에 이민사회 대비노력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법제에 한정해볼 때, 짧은 기간에 국적법을 필두로 이민관리에 관한 법률이 전면적으로 정비되었고, 이민자의 정착과 적응 지원 및 사회통합을 위해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과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고 복지관련 법률이 정비되었다. 문제는 다문화열풍으로 대표되는 다문화담론에 의해 특정 관점과 영역이 기형적으로 강조되면서 이민관점에서 정비된 법체계나 조항조차 왜곡되거나 사문화, 변형되어왔다는 것이다. 이민사회의 법제적 대비란 이민배경을 가진 성원, 이들과 출생한국인의 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법체계를 이민관점으로 정비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새마을운동, 정보사회를 대비한 정보화와 같은 범위와 심도를 가진 사회 공학적 개입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특수성과 이해관계를 반영하되 우리 일방의 기대와 전제가 아닌 세계 보편적인 경향과 경험에 연동되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결혼이민여성과 그 자녀는 우리중 하나이며 다문화가족은 다양한 가족 중 하나라는 접근은 한국의 부계 가족중심주의적인 사회문화특성의 반영이다. 그러니까 이들에게 잘해주자는 것은 한국 다문화담론의 일면이다. 이민은 이민관련 법에서 다루고 이들 대상 법률은 여성·가족의 일환으로 접근한다면 단편적이고 분절적인 접근이며, 따라서 몰이민적(immigration-blind)이다. 이들은 출신국의 재외동포이고 여성과 아동은 갈등과 대립의 휘발지점으로 활용되어왔다는 국내외 경험을 감안할 때 우리 일방의 순진하고 감성적인 따라서 위험한 접근이다.


이민현실은 여타 영역과 달리 법제에 의해 창출된다는 특성을 갖는다. 외교와 국방처럼 영토 및 성원의 경계관리(border control)가 개입되기 때문에 국내 여타 영역보다 국가-정부-법제의 영향력이 강하다. 국제적으로는 개별국가의 통치성과 관할권이 인정되지만 세계화 시대에 그 일역을 담당하고 주도하려면 새로운 국제질서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타협과 조정이 요구된다. 세계화이후 기존의 물리적 경계는 와해·완화되었으나 사회·문화·정치·경제차원에서 경계가 새롭게 부상·강화·재조직되고 있다. 상품과 자본의 지구적 이동에 이어 노동(사람)의 이동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난 세계화이민은 선진 이민국 형성시기의 전통이민과 큰 차이를 보인다.

첫째, 경제동기로 추동되는 이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민자, 송출국, 유입국, 이민초청자 모두 경제적 이해관계 중심의 결정을 내리며 국익과 수익자 부담 원칙이 중심이다.

둘째, 보다 지속적 발전을 위한 타협으로 인권과 공동 안보를 위한 국제 협약과 네트워크의 구속력이 강화되고 있다. 개별국가의 통치권과 관할권을 위협할 수준을 아니지만 자발적 수용과 조정이 요구된다. 이민자는 국제적으로 소수자로 인정되기 때문에 이민관리와 사회통합에 이민국의 이익만을 관철시키기 어렵다. 즉, 자국의 이해관계와 이민자의 보편적 인권은 대립되기 마련인데, 국제법과 정치는 이민자 인권에 보다 우호적이다.

셋째, 이렇듯 경제적 이해관계와 이민자 인권에 대한 국제협약 및 국제관계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선진 이민국의 이민관리는 보다 엄격해지고 사회통합에 연계되고 있다. 이민자 인권에 대한 자국의 책임은 이민자 입국 후에 더 커지기 때문에 쟁의의 소지가 있는 이민신청자를 입국 전에 엄격히 걸러낸다. 입국 후 정착과 사회통합에 대한 의무를 입국자격 및 초청자 자격과 연동시켜서 국내외로 정치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대외적으로는 문호폐쇄가 아니며, 국내적으로는 정부가 정당하고 형평성 있는 이민관리정책을 책임 있게 수행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원주민의 이민자에 대한 태도가 호의적으로 나타나며 따라서 사회통합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세계화이민은 초국가성(trans-nationalty)의 증대가 특징적이다. 이민 자체가 국가와 법·제도·문화의 경계를 넘는 이동이지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세계화로 인해 본국과의 왕래, 유입국 내 본국 출신자들과의 교류 등 본국과의 다양한 연대를 실시간으로 쉽게 유지하며 귀환이민 또는 순환이민으로 정착국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초국가성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이민자의 내국인 가족원도 가족 간 연대를 통해 이민자의 초국가성을 나누어 받기 때문에 이민배경을 가진 성원이 된다. 이들은 토박이 국민과 다른 정책요구를 가지며 국가 통치성이 낮은 층에 속한다. 유입국 입장에서 보면 귀화한 이민자라도 송출국의 재외동포이며, 국제협약에 따른 인권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자국 성원에게 행사했던 국가의 통치권을 조정해야 한다. 송출국은 이민자가 제공하는 송금수입, 투자 가능성, 정권 친화성, 유입국과의 관계 고리 때문에 이들의 자국 내 정치경제적 대표성을 인정하고 확대해준다. 귀화한 이출자라 해도 법적·정책적·문화적·정서적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국가 간 협상의 지렛대로도 활용한다.


한국은 신흥 이민국이기 때문에 선진 이민국에게도 새로운 세계화 이민에 대한 적응과 함께 이민현상의 전개, 체계적 탐구(학술), 개입 및 대응(법제도 및 정책)이 동시적으로 진행된다는 중층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뿐 아니라 사회전반에서선진의 열망을 유포하고 담보해 온 구미 이민국과 한국의 지구적 위상이 다르기 때문에 이민국으로서 갖는 협상력, 이민신청자 및 이민 송출국과 한국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도 특수하다. 선언적으로는 폐기되었다 해도 단일민족·혈통주의의 전통이 뿌리 깊고 사회통합정도가 매우 낮다는 국내 사회문화적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이런 맥락이기 때문에 한국특수적인 다문화담론, 이민의 복합적이고 중층적 차원을 감안하지 않는 단편적이고 분절적인 접근, 시대적·사회정치적 배경이 다른 해외 사례의 직수입 모두 경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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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법제처 블로그지기 새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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