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원칙금지에서 인허가 원칙허용으로의 전환시대를 맞아


 

신상환(법제처 기획조정관)


헌법, 민법 및 형법 등의 기본법외에 일상적으로 국민들에게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국민들이 구체적인 사업이나 영업을 하려고 하는 경우에 행정청의 인가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행정법상의 규제일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현실의 행정법에서는 특허, 허가, 인가, 승인, 등록, 신고, 지정, 인증 등 다양한 명칭과 규제체계로 존재한다. 이러한 모습은 행정법 교과서에서 행정행위라는 개념 틀 안에서 구분하고 있는 인가, 허가 등의 강학상 구분을 이미 여러 측면에서 깨뜨리고 있으며, 다양한 법적 개념 간에 구분조차 하기 어렵게 혼재된 상황이다.

민간부문에 대한 고권적인 행정청의 존재를 전제로 한 종래의 경찰국가, 야경국가 시대의 행정시혜적 법이론에 기반을 둔 기존의 인허가법제에서는 국민의 자유를 우선 묶어놓은 채, 개인이 사업이나 영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법령에서 규정하는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고,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인허가가 금지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공익적 판단이라는 행정청의 재량을 통하여 인허가를 줄 것인지를 최종적인 행정청의 판단에 맡겨 놓는 것이 일반적인 법규정과 법해석, 법이론적 경향이었다.

종전의 이러한 원칙금지의 인허가 규제체계는 법령에 열거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사업과 영업이 허용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및 행정기관의 감독 및 규제위주의 법체계를 상정하고 있는데, 기본권의 보장면에서는 다소 한정적이었다. 이러한 규제중심 인허가 체계는 인허가권을 보유하고 있는 행정청에 지나친 재량 내지는 판단여지를 부여하고 있으며, 기술과 산업의 융복합현상 등 급변하는 시대상황에 적응하기 곤란하고,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나 영업의 사전규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규제한다는 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인허가 원칙허용체계는 꼭 필요한 것만 명시적으로 규제하고 그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설정함으로써, 행정의 재량을 최대한 투명화하고 민간의 자율과 창의, 국민의 헌법상 자유권을 최대로 보장하며,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 융복합 현상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와 영업은 사후적 관리감독 통제를 강화하여 관리하고자 하는 방식이다. 이는 수출입관련 규정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수출입하도록 하되 사회적으로 유해하여 수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마약류, 생태계 교란물질, 전염성 물질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여 규제하는 방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법제처는 2008년부터 국민불편법령개폐센터를 설치하여 총리실, 국가경쟁령강화위원회 및 각 정부부처와 함께 자유민주주의의 신장과 시장경제의 활성화라는 헌법상 가치실현을 바탕으로 국민생활에 불편을 주거나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각종규제들을 찾아서 개선해 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국민과 기업의 규제개혁 체감도와 국가경쟁력은 크게 향상되었다. 특히 기업만족도의 경우 2004년 9.1%에서 2010년 41.6%로 상향(대한상공회의소 조사)되었고,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2008년 31위였던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2011년에서 22위로 9단계나 상승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인허가, 신고등록규제는 99%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열거주의 또는 원칙금지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상황이며,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서 기업인의 70.4%가 원칙허용체계를 선호하고, 반면에 집행공무원의 59.7%가 행정편의적인 원칙금지체계를 선호한다고 답변하여 현행 규제방식에 대한 규제자와 피규제자의 선호체계가 큰 대조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09년 한국공법학회에서 실시한「인허가 투명화 방안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 창업, 산업입지 및 공장설립 등 6개 분야의 총 33개 법률에서 해당 인허가가 재량행위인지 기속행위인지 여부가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현행의 인허가 체계는 종전의 100년 변화가 10년, 5년 안에 이루어지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입법수요를 신속하게 충족시키지 못하여 법제도 경직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또한 신규업체의 진입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여 고용창출 능력을 저하시키며, 불필요 인허가 비용을 유발할 뿐 아니라, 인허가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도 종국적으로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를 확신할 수 없어 행정신뢰도와 예측가능성을 저하시키게 된다. 더욱이 법에 정해진 요건을 갖추어 허가신청을 하는 경우에도 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다른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는 등의 재량남용의 소지를 둠으로써 기회불균등을 초래하게 된다. 원칙허용 인허가제도는 이러한 폐해를 막고 시장의 활력을 제고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는 인허가 규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려는 입법적 노력이라고 할 것이다.

헌법 제37조제2항에서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라고 규정하여 기본권은 우선적으로 보장되며, 기본권을 제한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헌법정신에 맞추어 기존 인허가 관련 법문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규제할 필요가 있는 구체적 유형이나 범위를 선별하여 그 경우에만 개별적으로 규제하는 입법방식을 취하는 것이 헌법이 요구하는 기본권제한 입법의 체계와 방식에 부합한다(헌법재판소 결정 2001. 6. 28. 2001 헌마132 4인의견)고 판시함으로써 같은 맥락의 입법적 고찰을 요구하고 있다고 본다.

원칙허용 규제체계로의 변화를 위해서는 개별법상의 허가요건을 두는 목적이나 이유를 파악하여 현재의 허가요건의 필요성과 범위를 영점(Zero-base)에서 재검토하여 최소한의 금지사항을 명백히 정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 경우 금지요건이 완결성을 가졌는지 검토하고, 허가의 최소기준이 아니면 최소기준으로 변경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그간의 제도운영 경험에 비추어 공무원의 서랍이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임의적인 재량을 제거하고 인허가의 실질적 기준을 국민의 앞에 분명히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원칙허용 방식의 도입과정에서 법령의 형식은 일반적으로 “…를 하고자 하는 자는 …의 허가(인가)를 받아야 한다라는 기존 규정을 행정청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항에 따른 허가(인가)를 하여야 한다의 규정형식으로 변경하는 방법을 취하였다. 이와 같은 법규정 체계 변경은 헌법상의 중요한 입법판단 원칙인 비례의 원칙과 관련하여 기본권제한 입법시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방법의 적절성 구현에 더욱 다가가는 입법형식이라고 하겠다.

또한 행정법상 행정행위 재량의 법리와 관련하여 기속행위와 재량행위, 재량에 있어서의 요건재량설, 효과재량설, 판단여지설 등 다양한 이론이 전개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요건부분에 잠복해 있는 재량을 양성화하고 명시적으로 개선하려 함으로써 요건 판단에서의 재량을 더욱 축소하였고, 행정행위의 효과선택에 재량이 부여되어 있는 법조문(“…허가할 수 있다 등)을 기속적인 표현(허가하여야 한다)으로 개정함으로써 인허가 발급여부에 관한 효과재량 또한 현저하게 축소되는 입법적 효과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규제의 스펙트럼에 따르면 행정청이 실체적인 요건을 사전적으로 심사하지 않는 강학상 신고의 경우에는 사전적 규제방식의 변경에 해당하는 원칙허용 전환의 도입 필요성이 없다고 할 것이며, 반대로 고도의 국가개입이 필요한 특허의 경우 요건 및 효과의 판단에 있어 행정청의 재량을 광범위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칙허용 전환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결국 등록 및 인가나 재량의 축소가 필요한 분야의 허가에서 원칙허용 규제체계의 도입 여부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며, 도입 분야에 대해서는 종국적으로 당해 분야의 사회적 영향 및 인허가 행정의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원칙허용 규제체계의 도입은 2010년 10월 26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제23차 회의에 보고되어 도입과제에 대한 정비가 시작되었으며, 2011년 1월부터 원칙허용 전환 대상을 확대하여 총 143건의 전환 과제를 마련하였으며, 이에 대해 총 16회의 법제처 법령안 합동심사회의, 국가경쟁력위원회 원칙허용추진 점검단회의 및 3차례의 실무회의를 거쳐 대안이 마련되었다. 2011년 9월에는 최종 입법추진 계획을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그 입법절차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2011. 12. 8. 현재 총 81건의 법률안 과제 중 72건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고, 총 62건의 하위법령 과제 중 34건이 이미 공포되었으며, 그 밖의 안건들도 신속한 개정작업을 통하여 2011년 내에 대부분의 원칙허용 전환 과제의 정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으로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법률안의 심의의결 및 하위법령 심사과정에서도 헌법 및 행정법리에 관한 심도 있는 고찰과 인식의 전환을 통해 국민이 원하고 국민에게 친숙한 법령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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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법제처 블로그지기 새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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